우석푸른바다 2014. 8. 3. 14:02

찻잔을 들고

 

읽던 책 덮어두고

다로(茶爐)에 물 끓입니다

지그시 눈 감으면

더 선명한 내 작은 산방

설록향 그리움 같은

세월 한 폭 끓입니다

 

마시던 찻잔 잠시 놓고

안경을 닦습니다

뿌옇게 앞을 가린

온기의 그 흔적처럼

새들의 노래가

찻잔에 와 젖습니다

 

 

 

닦아낸 안경 같이

이승도 참 맑습니다

차면 또 비워 내는

저 달 같은 찻잔을 들고

눈뜨는 땅 속 씨앗 같이

마음 밭을 일굽니다